지지자이자 동반자로서의 부모
부모가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고 해서 아이가 무조건 더 빨리 배우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영어에 대한 지식을 주입하는 선생님이 아니라, 곁에서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부모입니다.
(1) 비판 대신 칭찬: 집에서 부모가 아이의 영어 선생님 역할을 하게 되면 부모-자녀의 관계가 선생님-학생의 관계로 바뀌면서 아이는 편안한 집에서도 긴장할 수 있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부모님들이 오히려 아이의 작은 실수에 "발음이 그게 아니야.", "문법이 맞지 않네."와 같은 지적을 쉽게 할 수도 있죠. 이러한 지적과 압박은 아이에게 심리적인 장벽을 만들어 영어를 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반면, 영어에 자신이 없는 부모님들께서는 아이가 영어 단어 하나만 말해도 "우와, 우리 아이가 이 단어를 알고 있네!"라며 진심으로 감탄하고 칭찬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반응이 아이에게는 훨씬 더 큰 동기 부여가 됩니다.
(2) 함께 배워가는 자세: 부모님이 영어를 잘 못한다는 것은 아이와 함께 영어를 배워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이기도 합니다. “엄마도 이 단어는 처음 들어보네. 우리 같이 찾아볼까?", “아빠도 이 책 읽기 어려운 것 같아. 천천히 같이 읽어보자.”라고 이야기해 준다면 아이에게 영어는 완벽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즐기고 배워가는 과정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아이의 주된 입력(Input)은 외부에서 옵니다
아이의 영어 실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바로 듣기 입력(Input)의 양과 질입니다. 언어 학자 크라센(Stephen Krashen)의 입력 가설(Input Hypothesis)에 따르면, 언어 습득은 아이의 현재 수준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이해 가능한 입력을 충분히 들을 때 일어납니다. 물론 부모가 영어에 능숙할 경우, 가정 내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빈도 자체가 높아져 아이에게 제공되는 상호작용적인 입력이 증가하게 되겠죠. 그리고 이것은 영어 습득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는 고품질의 오디오북, 애니메이션, 영어 동화 등이 풍부하기 때문에 이러한 질 높은 듣기 입력은 대부분 외부 소스에서 확보하기 쉽습니다. 부모님의 영어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입력이 충분히 풍부하게 제공될 수 있다는 것이죠.
모국어는 영어 습득의 강력한 자산
언어 발달 전문가들은 모국어가 튼튼해야 외국어 습득도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짐 커민스(Jim Cummins)의 상호의존성 가설에 따르면, 모국어에서 발달한 사고력, 논리력 같은 인지적 능력은 제2언어로 전이됩니다. 즉, 한국어로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는 아이가 영어로도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죠. 부모님이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더라도 아이와 한국어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공유하며 정서를 안정시키는 역할은 그 어떤 것과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이는 영어 습득의 가장 강력하고 필수적인 토대가 되어 줍니다.
부모님의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결코 아이의 영어 교육에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겸손한 자세로 아이와 함께 배워가고, 아이의 작은 성취에도 진심으로 감탄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될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영어를 가르치려 하지 말고,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영어 동화책을 제공하고, 좋은 영어 콘텐츠를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오디오북이나 영어 영상을 활용하면 부모님의 영어 실력과 관계없이 양질의 영어 입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영어를 접하도록 루틴을 만들어주고, 아이가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런 일관성 있는 관리가 영어 실력 향상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이뤄낸 작은 성취에 대한 관심과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입니다.